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검찰이 송치 이후 사건을 다시 조사하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경로가 좁아집니다. 그 대신 경찰 단계에서 기록에 남은 진술과 자료가 이후 절차 전체의 기준점이 됩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검토할 시점 역시 자연스럽게 첫 경찰조사 이전으로 앞당겨집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고, "고소가 접수되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대부분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일단 가서 사실대로 설명하면 되겠지."
그동안은 이 생각이 어느 정도 통했습니다. 경찰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더라도 검찰로 사건이 넘어간 뒤 검사가 직접 다시 조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6년 10월 2일 시행을 앞둔 개정 형사소송법은 바로 그 경로를 좁힙니다. 같은 말을 두 번 할 기회가 제도적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독자가 궁금해하실 네 가지 질문에 먼저 짧게 답을 드립니다.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법률상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금액이 크고 계좌·메시지·전자자료가 얽힌 사건이라면, 출석 전에 사건을 한 번 구조적으로 점검해 두는 편의 실익이 큽니다.
언제부터 선임하는 것이 좋나요? 실무적으로 가장 이른 시점은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이고, 늦어도 첫 경찰조사 이전이 기준선입니다.
개정 이후 피의자에게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가요?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다시 조사하는 권한이 사라지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남습니다.
검찰에 가서 다시 설명하면 되지 않나요? 검사가 사건을 살펴보는 절차 자체는 남지만, 검사가 직접 조사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구조는 축소됩니다.
검사 직접 보완수사 폐지의 의미
이번 개정의 실질은 "검찰 보완수사가 전부 사라진다"가 아니라, "검사가 직접 하던 보완수사가 경찰에 대한 요구로 대체된다"는 것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제도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26년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고, 공포안은 2026년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습니다. 주요 규정의 시행일은 2026년 10월 2일입니다. 같은 날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는 일정과 맞물려 있습니다.
폐지되는 것과 남는 것
검사의 수사 권한 근거 조항인 형사소송법 제196조가 삭제되면서, 검사가 사건을 인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하거나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다시 수사하는 근거가 없어집니다. 반면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의 보완수사요구 제도는 유지되고, 오히려 절차가 구체화되었습니다. 사법경찰관은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고, 검사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1개월 범위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하기 전 피의자·사건관계인·사법경찰관의 의견을 듣거나 서면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제245조의13)도 신설되었습니다. 다만 이 절차에서 나온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사가 아니라 기소 여부를 가늠하기 위한 확인 절차라는 성격이 분명히 정리된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검사가 사건을 보는 권한은 남고, 검사가 사건을 메우는 권한이 사라집니다.
피고소인·피의자·피고인 용어 구분과 절차 순서
세 용어는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절차상 지위와 권리가 다릅니다. 자신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알아야 무엇을 준비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지위 | 의미 | 이 단계에서 준비할 것 |
|---|---|---|
피고소인 | 고소를 당한 사람. 아직 입건 전일 수 있음 | 고소 취지 파악, 관련 자료 보전, 사건 경위 정리 |
피의자 | 수사기관이 범죄혐의를 두고 수사 중인 사람 | 혐의사실·적용 법조 확인, 진술 준비, 의견서·자료 제출 |
피고인 |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 | 수사기록 열람·등사, 증거 인부, 공판 변론 설계 |
일반적인 절차 순서는 고소·고발 또는 인지 → 입건 및 경찰수사 → 송치 또는 불송치 → 검사의 기소 여부 결정 → 재판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사건마다 압수수색이 먼저 들어오기도 하고, 참고인 조사로 시작했다가 피의자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절차가 항상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고 전제하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정 전후 수사구조 비교
가장 큰 차이는 "설명할 기회가 몇 번 있는가"가 아니라 "설명이 어느 단계에서 기록으로 굳는가"에 있습니다.
기존 구조에서는 경찰 송치 이후에도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다가 피의자를 다시 부르거나, 참고인을 추가로 조사하거나, 부족한 사실관계를 직접 채워 넣는 일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피의자 입장에서는 "경찰에서 못 한 설명은 검찰에서 하면 된다"는 기대를 품을 여지가 있었습니다.
개정 이후에는 검사가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더라도 스스로 조사하는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합니다. 실제 조사는 다시 경찰이 수행합니다. 자연히 경찰 단계에서 어떤 진술이 남았고, 어떤 자료가 제출되었으며, 객관적 증거와 진술이 어떻게 맞물렸는지가 이후 절차의 출발점이 됩니다.
구분 | 현행 (2026. 10. 1.까지) | 개정법 시행 후 (2026. 10. 2.부터) |
|---|---|---|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 송치사건 등에서 일정 범위 내 가능 | 근거 조항 삭제.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만 가능 |
보완수사 이행 기간 | 수사준칙상 3개월 | 원칙 1개월, 1개월 범위 연장 가능 |
검사의 기소 전 확인 절차 | 직접 조사 형태로 수행 가능 | 의견 청취·서면 확인. 취득 진술·자료는 증거로 사용 불가 |
다만 시행 당시 이미 검사가 송치받아 수사 중이던 사건 가운데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등은 시행일부터 90일까지 계속 수사할 수 있고, 그 기간 안에 마무리되지 않으면 소관 수사기관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경과조치가 함께 마련되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최종 공포 법률의 부칙과 하위법령을 살펴 개별적으로 검토할 사항입니다.
첫 경찰조사의 성격과 초기 진술의 무게
첫 조사는 질문에 답하고 오는 자리가 아니라, 사건의 기본 틀이 문서로 정리되는 자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조금 다릅니다. 기억의 착오, 표현의 부정확성, 질문의 취지를 달리 이해한 답변, 법률적 의미를 모른 채 붙인 한 문장이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첫 조사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
수사기관이 사건 전체에 대한 첫 인상을 형성합니다.
사실관계의 기본 틀이 조서라는 문서로 고정됩니다.
피의자의 설명이 계좌내역·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와 대조됩니다.
이후 조사에서 이전 진술과의 일관성이 다시 검토됩니다.
당시에는 사소해 보였던 표현이 나중에 구성요건 쟁점으로 되살아납니다.
진술이 바뀌면 그 자체로 "왜 처음과 달라졌는가"라는 별도의 쟁점이 생깁니다. 단순한 기억의 보완인지, 사후에 구성한 설명인지를 두고 신빙성 다툼이 붙습니다. 이때 변경 경위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으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피의자에게는 헌법 제12조 제2항에 근거한 진술거부권이 있고, 수사기관은 신문 전에 이를 고지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다만 권리가 있다는 사실과, 어떤 사항에 대해 어느 범위에서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면 거부와 부분 유보 중 무엇이 사안에 맞는지는 혐의 구조와 증거 상태를 살핀 뒤에야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첫 경찰조사는 건물의 기초공사와 비슷합니다. 이후에도 보완은 가능하지만, 처음 잘못 잡힌 구조를 바로잡으려면 훨씬 많은 작업과 자료가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하는 비용"보다 "잘못 형성된 사건을 나중에 바로잡는 비용"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첫 조사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편이 이후 절차 전체를 단순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사기·횡령·배임·투자·가상자산 사건의 쟁점 구조
경제·금융 사건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는 행위 자체보다 "그때 어떤 인식이었는가"가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은 사실, 자금을 쓴 사실은 대체로 다툼이 없습니다. 다툼은 그 사실에 붙는 법률적 평가에서 생깁니다.
사건 유형 | 당사자의 인식 | 초기에 정리해야 할 자료 |
|---|---|---|
사기 | 사업이 실패했을 뿐이라고 이해 | 계약 당시 재무상태, 자금 사용처, 변제 계획, 고소인에게 한 설명 |
횡령·배임 |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했다고 이해 | 지출 목적, 내부 결재, 기존 관행, 회계처리, 개인적 이익 유무 |
투자·가상자산 | 정상적인 거래였다고 이해 | 거래내역, 지갑 주소, 메신저 대화, 자금 이동 경로, 관련자별 역할 |
사기 사건: 채무불이행과의 경계
고소인은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피의자는 "사업이 어려워졌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문제 되는 국면에서 두 설명을 가르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돈을 받을 당시의 객관적 사정입니다. 재무상태, 자금의 실제 사용처, 상대방에게 한 설명, 그 이후의 행동이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그림이 잡힙니다. 자료 없이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하면 오히려 설명이 약해집니다.
횡령·배임 사건: 절차와 권한의 문제
회사 자금을 쓴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용도를 다투는 유형입니다.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배임이 문제 될 때는 지출의 목적뿐 아니라 의사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회사에 그런 관행이 있었는지, 회계처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대표자와 실무자의 권한 범위를 문서로 정리해 두는 작업이 조사 전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투자·가상자산·전자금융 사건: 자료의 양이 만드는 문제
거래소 내역, 지갑 주소,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 계좌 입출금이 수천 건 단위로 존재합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진술만으로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자료를 시간순으로 재배열하고, 자금이 어디서 들어와 어디로 나갔는지를 도표로 정리하고, 관련자별 역할을 구분해 제시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 작업 자체가 변호인의 실무입니다.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 대응 범위
경찰 단계의 비중이 커지면 조사 동행뿐 아니라 강제수사 대응의 비중도 함께 커집니다. 휴대전화와 PC가 압수되는 순간, 사건의 재료 대부분이 수사기관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자료는 양이 방대해서, 하나의 대화나 파일이 전체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채 해석되기 쉽습니다. 농담으로 주고받은 한 문장, 초안 상태로 남아 있던 문서, 실행되지 않은 계획이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 것처럼 읽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 맥락을 보여줄 자료를 함께 제시하지 않으면 이 해석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변호인이 수행할 수 있는 절차적 대응
영장 기재 범위와 실제 집행 범위가 일치하는지 살피는 일
사건과 무관한 자료가 함께 반출되지 않았는지 구분하는 일
탐색·복제·출력 과정에 참여권을 행사하는 일(형사소송법 제121조)
압수물 목록을 교부받아 무엇이 확보되었는지 정리하는 일
포렌식 결과의 해석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일
절차 위반이 있다면 준항고를 검토하는 일(형사소송법 제417조)
개정법은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을 실시할 때 개시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도록 하는 규정(제220조의2)도 신설했습니다. 이 규정의 시행 시점은 다른 조문과 달리 공포 후 1년으로 정해져 있고, 요청 방법과 예외 사유는 하위법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므로, 시행 이후 실제 운용을 살펴 활용 여부를 정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자료를 확보하는 것과 자료를 정리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불리해 보인다는 이유로 대화 내역을 지우거나 파일을 옮기는 행위는 그 자체로 별도의 문제가 되고, 구속 필요성 평가에도 영향을 줍니다.
변호인의 실제 업무와 선임 시점
변호인은 할 말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일은, 당사자가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을 수사기관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입니다. 거짓 진술을 구성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변호인의 업무가 아닐뿐더러, 그런 방식은 객관적 자료와 대조되는 순간 무너집니다.
초기 단계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
사건 전체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합니다.
고소 내용과 객관적 자료를 나란히 놓고 차이를 짚습니다.
구성요건별로 어떤 사실이 쟁점인지 분리합니다.
기억에 의존한 부분과 자료로 확인되는 부분을 구분합니다.
유리한 자료와 불리한 자료를 함께 검토합니다.
예상 질문과 질문의 취지를 미리 정리합니다.
필요하면 조사 전후로 의견서와 자료를 제출합니다.
조사 과정에서는 변호인이 신문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다만 참여의 실익은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앞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서 갈립니다.
선임을 검토할 시점
가장 이른 시점은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이고, 기준선은 첫 경찰조사 이전입니다. 고소장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라도 사건의 기본 자료와 경위는 정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에 해당한다면 조사 전 법률검토의 필요성이 높습니다.
고소사실이 복잡하거나 관련 거래가 여러 건인 경우
금액이 크거나 피해 주장이 다수인 경우
사기·횡령·배임처럼 고의가 핵심 쟁점인 경우
회사·금융·투자·가상자산이 얽힌 경우
공범이나 관련자가 여러 명인 경우
본인의 설명과 고소인의 주장이 크게 다른 경우
압수수색이나 포렌식이 예상되는 경우
구속 가능성이 거론되는 경우
압수수색을 이미 받았다면 그 직후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어떤 자료가 확보되었고 그 자료가 사건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분석해 두어야, 이후 조사에서 질문의 전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참고인으로 연락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인 조사가 항상 피의자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진술 내용에 따라 지위가 달라질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미리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미 조사를 받은 경우와 기소 이후 단계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절차는 남아 있습니다. 늦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할 일이 늘어날 뿐입니다.
기존 진술이 어떻게 기재되어 있는지 분석하고, 사실과 다르게 정리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 조사나 변호인의견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술만 바뀌고 근거가 없으면 신빙성 평가에서 불리해지므로, 변경 경위를 설명할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편이 낫습니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고소인 등은 통지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불송치가 곧 종결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소되어 피고인이 된 뒤에는 수사기록이 재판의 기초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공판 변론은 수사 단계에서 무슨 진술이 남았는지, 어떤 증거가 제출되었는지, 진술이 어떤 계기로 변경되었는지, 수사기관이 어떤 논리로 혐의를 구성했는지를 다시 뜯어보는 작업에서 출발합니다. 수사 초기 대응과 공판 변론은 별개의 업무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작업입니다.
개정법은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한 공소제기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제기를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수사 과정의 적법성을 둘러싼 다툼의 실익이 종전보다 커진 셈이고, 이는 압수수색 현장과 조사 과정의 기록을 초기부터 관리해 둘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판례별 쟁점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판결 원문 보기 · 사기죄 성립 여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보아,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후 변제하지 못하더라도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그칠 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한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범행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 객관적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주가 변제 지체나 변제불능의 위험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이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망이나 편취의 범의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도 함께 밝혔습니다.
실무적 의미 — 사기 혐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결론을 가르는 것은 감정이나 해명의 열의가 아니라, 돈을 주고받을 무렵의 재무자료·거래자료입니다. 조사 전에 이 자료를 시간순으로 배열해 두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결정 원문 보기 ·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반출한 뒤 이미징하고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까지 모두 하나의 영장 집행 절차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각 과정에 피압수자나 변호인이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중대한 절차적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아울러 탐색 과정에서 별도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더 이상의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며, 이때에도 참여권 보장과 압수목록 교부 등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적 의미 — 휴대전화나 PC가 압수된 사건에서 참여권은 형식적 절차가 아닙니다. 어떤 파일이 어떤 범위에서 탐색되었는지를 현장에서 함께 살피지 않으면, 사후에 문제를 제기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3도2102 판결
판결 원문 보기 ·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이 정한 '그 내용을 인정할 때'란 조서의 기재가 진술한 대로 적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렇게 진술한 내용이 실제 사실과 부합한다는 의미라고 판시했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이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면, 조서 가운데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 부분은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증거목록에 동의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증거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실무적 의미 — 조서의 증거능력 요건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수사 단계 진술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쓰이지 않더라도, 그 진술을 전제로 수집된 자료와 구성된 혐의 구조는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인사이트
수사구조가 바뀌면 대응의 순서도 바뀝니다. 검사가 부족한 증거를 직접 메우는 경로가 좁아질수록, 경찰 단계에서 기록에 무엇을 남기느냐가 사건 전체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이 유리한 전략은 아닙니다. 방어할 부분과 인정할 부분을 먼저 나누어야 나머지 전략이 서고, 그 구분은 자료를 다 펼쳐 놓은 뒤에야 가능합니다.
형사사건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은 준비가 부족했던 때가 아니라,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을 조사일까지 그냥 기다리며 보낸 때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경찰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나요?
법률상 의무는 아닙니다. 다만 혐의사실과 적용 법조를 미리 파악하고, 사건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며, 보관기간이 짧은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은 조사가 끝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구속 가능성이 있거나 자금 이동 경로·디지털 기록이 쟁점인 사건일수록 출석 전 검토의 실익이 큽니다.
Q2. 고소를 당하면 언제부터 선임하는 것이 좋나요?
고소 사실을 알게 된 직후가 가장 이릅니다. 고소장을 아직 보지 못한 단계에서도 관련 계약서, 대화 내역, 거래내역을 모으고 경위를 정리하는 일은 가능합니다. 늦어도 첫 조사 이전이 기준선이 됩니다.
Q3.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피의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나요?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을 직접 다시 조사하는 권한이 사라지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만 남습니다. 실제 조사는 다시 경찰이 수행하므로, 경찰 단계에서 형성된 사실관계와 증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Q4. 검찰에 가서 다시 설명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검사가 기소 여부를 정하기 전 의견을 듣거나 서면 자료를 제출받는 절차는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절차에서 나온 진술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고, 검사가 직접 조사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구조도 축소됩니다. "다시 설명할 자리"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Q5. 지금 진행 중인 사건에도 개정법이 적용되나요?
현재는 개정 전 형사소송법이 적용됩니다. 주요 규정의 시행일은 2026년 10월 2일이며, 일부 조문은 시행 시점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시행 당시 계속 중인 사건에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최종 공포 법률의 부칙과 하위법령을 함께 살펴 개별적으로 검토할 사항입니다.
Q6.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 지금이라도 대응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기존 진술 내용을 분석하고, 사실과 다르게 정리된 부분은 추가 조사나 변호인의견서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변경 경위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함께 있어야 설득력이 생깁니다.
Q7. 참고인이라고 연락받았는데 조력이 필요한가요?
참고인 조사가 언제나 피의자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본인의 행위가 사건 구조 안에 들어가 있거나 공범 관계가 거론될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진술 내용에 따라 지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리 점검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법률사무소 번화가 피의사건을 검토하는 방식
법률사무소 번화는 출석 직전에 예상 질문만 맞춰 보는 방식으로 사건을 준비하지 않습니다. 먼저 고소 내용과 객관적 자료를 나란히 놓고 차이를 짚은 뒤, 사건의 시간순 경위와 거래구조, 자금 이동 경로, 관련자별 역할을 정리합니다. 그 위에서 어느 지점이 실제로 형사책임의 쟁점이 되는지를 구분합니다.
사기·횡령·배임·투자·전자금융·가상자산·기업형사처럼 기록과 거래관계가 복잡한 사건에서는 당사자의 기억만으로 사건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계좌거래, 계약서, 메신저 대화, 내부 결재자료 같은 객관적 자료를 함께 놓고, 수사기관이 어느 부분을 문제 삼을 수 있는지 미리 짚어 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만 저희는 모든 사건에서 혐의를 부인하는 방식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사실과 증거를 먼저 확인하고, 방어 가능한 부분과 인정이 필요한 부분을 나눕니다. 전면 부인이 언제나 유리한 전략은 아니며, 혐의가 일부 인정되는 사건이라면 책임의 범위, 피해회복, 정상관계, 양형자료까지 포함한 별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안에 따라 목표는 무혐의, 혐의 축소, 불구속, 선처, 양형 대응 등으로 달라집니다.
마치며
앞으로 형사사건에서는 "검찰에 가서 다시 설명하는 것"보다 "경찰 단계에서부터 사건을 정확하게 설명할 준비를 하는 것"의 비중이 커질 수 있습니다. 첫 조사가 모든 결과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초기 대응 방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일만 기다리기보다, 먼저 고소 내용과 현재 확보된 자료를 살피고 어떤 사실이 쟁점이 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금액이 크고, 계좌·메시지·전자자료가 많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첫 조사 전에 사건 전체를 한 번 구조적으로 점검해 보는 것이 이후 대응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법률 검토를 받아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작성: 법률사무소 번화 서준범 변호사
주요 업무분야: PG, 핀테크, 스타트업, 가상자산, AML, 전자금융, 민사·형사 분쟁
대한변협 등록 전문분야: 민사, 형사 전문
변호사 소개: 서준범 변호사 소개 페이지
최종 검토일: 2026. 07. 27.
작성·검수 방식: 게시 전 담당 변호사 최종 검토 완료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Legal Update —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2026. 8. 5.)
본 칼럼은 2026년 8월 12일 기준 공개된 법령·의안 자료와 언론 보도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의 하위법령과 수사준칙은 정비가 진행 중이므로, 시행 이후 실제 운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의견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