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공백기와 기업의 법적 주의의무
블록체인과 핀테크 산업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지금, 규제 공백 구간을 무방비로 통과하는 기업은 언제든 중대한 행정제재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2026년 4월 서울행정법원의 두나무 승소 판결은 기업법무의 관점에서 혁신 산업 전반에 중요한 법리적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법률사무소 번화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과 AML 대응 전략을 심층 분석합니다.

Ⅰ. 혁신의 속도와 규제의 간극, 그 사이에 서 있는 기업들
블록체인 기술과 핀테크 산업이 금융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지금, 이 변화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은 전례 없는 법적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규제 당국은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기업들은 명확한 기준도 없이 사업을 영위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중대한 행정제재를 통보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9일, 서울행정법원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업비트)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두나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기업 분쟁의 승패를 넘어, 기업법무의 관점에서 혁신 산업 전반에 중요한 법리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업의 분쟁과 위기를 곁에서 지켜온 변호사로서, 이 사건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귀사가 취해야 할 전략적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Ⅱ. 두나무 vs. FIU 행정소송: 무엇이 문제였는가
규제 당국의 처분과 그 배경
사건의 발단은 FIU의 현장검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FIU는 2024년 검사 결과를 토대로, 두나무가 19곳의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 사업자와 연계된 약 4만 4,948건의 거래를 중개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에 FIU는 2025년 2월,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위반 — 구체적으로는 고객확인의무 및 거래제한의무 위반 — 을 이유로 중대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FIU 처분 내역 (2025년 2월)
3개월간 신규 가입자의 가상자산 이전 정지 (영업 일부 정지)
352억 원 규모의 과태료 부과
대표이사 문책 경고 및 준법감시인 면직
AML(자금세탁방지) 의무를 핵심 근거로 한 이 처분은 가상자산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국내 핀테크 산업의 실질적 선두주자가 3개월 영업 정지라는 치명적 제재를 받은 것은 업계 전반에 대한 강력한 경고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소송의 핵심 쟁점 : '규제 공백'이란 무엇인가
이 사건의 본질은 두나무가 의무를 '몰라서' 위반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핵심 쟁점은 바로 '규제 공백(Regulatory Gap)'의 존재였습니다. 특금법상 트래블룰(Travel Rule)은 1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의무를 부과하지만, 100만 원 미만의 소액 거래에 대해서는 FIU가 어떠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즉, AML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기술적 누락을 두고, 이것이 기업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는지가 판가름의 열쇠였습니다.
Ⅲ. 법원은 왜 두나무의 손을 들었는가
서울행정법원은 영업 일부 정지 처분의 취소를 명하며 두나무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법원이 제시한 세 가지 승소 이유는 기업법무 실무에 매우 중요한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Ⅲ-Ⅰ. 규제 당국 스스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였다
법원은 100만 원 미만 거래에 대한 FIU의 구체적 규제 지침이 미비하였음을 명확히 인정하였습니다. 기업에게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세부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는 핀테크·블록체인 등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 공백이 기업에게 어떠한 법적 방어 논리를 제공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선례입니다.
Ⅲ-Ⅱ. 기업은 '합리적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다
법원은 두나무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도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등 외부 전문 모니터링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도입하고,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고객 확약서를 징구하는 등 합리적 조치를 취하였음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이는 기업이 AML 의무 이행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였다는 '의지와 노력의 증거'로 기능하였습니다.
Ⅲ-Ⅲ. 불가피한 기술적 한계는 '중과실'로 볼 수 없다
문제가 된 거래들의 비율은 전체의 0.7%~2.8%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법원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기술적 특성상 완벽한 실시간 식별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누락만으로 기업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Ⅳ. 혁신 기업이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할 3가지 전략적 대응
이 판결은 두나무의 승소로 기록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백억 원의 과태료 리스크와 대표이사 문책, 긴 법정 분쟁의 소모가 있었습니다. 승소하였다 해도 그 과정이 기업에 남긴 상흔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Ⅳ-Ⅰ. 그레이 존(Gray Zone)의 위험성을 직시하십시오
"아직 법으로 금지된 것이 없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논리로 규제 공백 구간을 무방비로 통과하려 하는 것은 위험한 착각입니다. 규제가 없거나 모호한 회색지대야말로 행정 당국의 재량권이 가장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구역입니다. 블록체인·핀테크 산업처럼 기술의 변화가 규제보다 앞서는 분야일수록, 오늘의 안전이 내일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AML·특금법 등의 규제가 소급 적용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Ⅳ-Ⅱ. 전문 로펌의 자문 아래, 모든 행보를 문서화하십시오
두나무 사건에서 승소의 결정적 열쇠 중 하나는 '증거'였습니다. 기업이 어떤 시스템을 언제 도입하였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거쳤는지 — 이 모든 기록이 법정에서 '합리적 노력'의 근거로 기능하였습니다. 규제 공백 구역을 지날 때는 반드시 법률사무소 번화와 같은 권위 있는 로펌의 법률 나침반을 지참하십시오. 사전 법률 의견서 확보, 내부 의사결정 문서화, 컴플라이언스 정책 기록화야말로 법적 분쟁에서 기업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입니다. 이것이 기업법무의 본질입니다.
Ⅳ-Ⅲ. '합리적 노력'의 증거를 상시 확보하십시오
기술적으로 100%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법원이 두나무 사건에서 인정하였듯, 완벽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합리적 노력의 증거는 기업을 고의·중과실의 책임으로부터 방어하는 결정적 논거가 됩니다. AML 이행을 위한 외부 시스템 도입, 정기 내부 감사, 임직원 교육 이력, 고객 확인 절차 고도화 — 이 모든 조치를 '반드시 기록해 두어야 하는 법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블록체인·핀테크 산업에 맞는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지금 당장 구축하십시오.
결론 · Conclusion
두나무 대 FIU 사건은 중요한 진실을 일깨워 줍니다. 규제 공백기에 혁신을 선도하는 것은 분명 용기 있는 일이지만, 그 용기가 '법적 무방비 상태'를 의미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기업법무 전문가로서 단언하건대, 법률 검토는 사업 운영의 부수적 비용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업이 블록체인·핀테크·AML의 복잡한 규제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당신의 기업이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면, 당신의 곁에는 반드시 그 혁신의 법적 정당성을 증명해 줄 최고의 법률 파트너가 있어야 합니다.

